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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Suzy Lee's travel sketches, drawings, photographs and writing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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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for Malcolm X’
by Sue Coe, Judith Moore, Françoise Mouly
ISBN: 1-56584-032-1
Published by the New Press, 1992
Originally published as Raw One-Shot #6, 1986
드디어 구했다. 책 상태도 썩 훌륭하다. 오랫동안 머리 속에서만 맴돌던 희미한 기억 속의 그대를 마주 대한 양, 묘한 기분이다.
미대 재학중 어느날, 윤동천 교수님의 방문을 두드렸다. 혼합매체 첫 작업으로 만든 내 책을 보시곤 잠깐 들리라고 하셨었다. 한켠 책장에 겉 표지만으로도 맛있어 뵈는 책들이 잔뜩 꽂혀 있었는데, (쏠쏠한 책들이 그득한 책장을 보면 말 그대로 훌떡 집어 삼키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꺼내주신 책들 중 하나가 이 책, Malcolm X를 모티브로 Sue Coe가 만든 artist's book이었다. Sue Coe의 여느 그림들 처럼 시커멓고, 침울하고, 잔인하고, 강렬하고, 슬픈 책.
슬쩍 보았을 뿐인데 뭐가 그리 마음에 남았던고. 책의 페이지를 찬찬히 넘기면서 생각해본다.
우선 손에 가볍게 들어오는 크기의 작업이 주는 친밀감- Sue Coe의 그림을 한꺼번에 내가 갈무리해서 주머니에 넣어버린 듯한 느낌. 단돈 몇 푼에 (표지에 적힌 가격은 $9.95) 이 모든 것을 소유한 듯한 만족감이란.
이 작은 책에 빼곡히 박혀있는 Sue Coe의 메시지. Sue Coe는 그저 화가인 줄만 알았지. 그런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풀수도 있구나. 일련의 그림들과 텍스트. 연표따위가 뒤섞여 하나의 종합적인 메시지를 엮어 보내고 있다. 회화적 감수성을 놓지 않으면서 회화적 감수성을 넘어서는 어떤 방법.
회화적 깊이를 없애 버리는 평평한 인쇄의 느낌. 싼 종이에 다소 질 낮은 인쇄의 결과—이 경우는 대량 공급을 위해 단가를 낮추다 발생한 본의 아닌 결과겠으나, 우짜든동 꿈보다 해몽이라고 나 보기 좋은 대로 보아, 회화의 아우라가 한번 걸러진 그 쿨-한 느낌이 좋았다.
그러니까, 쥐뿔도 없으면서 끝간데 없이 심각한 예술 담론에 빠져 허우적대던 당시의 나에게 이 책 한 권이 잠시나마 파삭, 신선한 불꽃을 튀기고 지나갔던 것이다. 죽자살자 회화 만세에다가 ‘심각’이 모토였던 나를 탓할까 당시의 분위기를 탓할까. 내 자신이 참 늦되었었다. 그림이 그토록 자유롭고 즐거울 수도 있다는 것도 한참 후에 깨달았으니.
이를 테면 ‘친밀감’, ‘대중성’, ‘복제성’, ‘장르적 통합성’ 등등으로 짧게 (재미없게) 정리될 수 있는 ‘책’이라는 매체적 특성에 처음으로 모호하게나마 이끌렸던 것이렷다.
글쎄. 위에 주욱 나열한 것들을 그때도 그렇게 느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마도 지금 생각하는 것들, 혹은 내가 하고 있거나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말을 맞추어 가는 과정에서 생긴 감상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히 기억 나는 것은, 이 책을 보고 가슴이 몹시 심하게 뛰었다는 것. 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으나 막 기쁘고 좋았다는 것.
마음 한 구석에 꼬깃 접혀있던 그것을 언젠가는 찾아 가게 된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결국 가고 싶은 쪽으로 가게 되어있다니깐. 그러니까, 그냥 가자니깐.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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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images copyright © Suzy Le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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